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2020. 3. 15. 10:45문화생활/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배우 박정민의 추천으로 알게된 책.
초반에 주인공의 가정환경이 특이해서 읽게 되었고
작가가 설정한 여자주인공의 특징이 특이해서 읽게 되었다.
'요한'이라는 등장인물 한명이 주인공에게 설명하는 '삶' 의 의미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책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에는, 내가 예상했던 결말을 몇번씩이고 뒤집어서 책을 덮은 후에도, 책을 읽은지 며칠이 지난 후에도 아직도 이 책만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그리고 정말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어 벙찌게되는 그런 책이다.
 
이 책에 더 손이 갔던 이유는 작가가 묘사해 놓은 '그녀' 때문이었다.
지난주 금요일 영화 '조커'를 보았다.
조커를 보고나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 조커에게 세상은 정말 무례했구나. 조커에게 세상은 전혀 반갑지 않은, 예의를 갖추지 않은 세상이었구나.
이 마음을 갖고 한 며칠을 조커에게 마음을 쏟으며 굉장히 속상했었다. 이 세상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정말 많을텐데 그사람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혹은 조커처럼 이겨내지 못해서 안좋은 방향으로 간건 아닐까.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 세상이 그들에게는 어둡고, 잔인하고, 무례하다라는 사실이 아직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런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고,
이책에 묘사된 그녀의 세상은 조커의 세상과 다를게 없었다.
다시 돌아볼 정도로 못생긴 외모를 가진 그녀.
자기는 그저 남들과 같이 태어났을 뿐이었는데 어딜가든 놀림을 받는 대상이었고, 사랑을 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고, 남자애들 내기의 대상이 될 뿐이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온 '그'의 존재가 그녀를 좋게도 만들지만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것이 마음이 아팠다.
사랑받는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자기가 또 상처를 받을까봐 그게 너무너무 두려워서 그를 떠났던 그녀.
이 설정이 정말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세상이 조커의 세상과 너무나도 닮았기에..
그리고 이렇게 세상을 어둡고 잔인하고 힘들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초등학교때부터 그랬을 것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서 그녀에게 너무 마음이 쓰여서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고 책의 반전은 나에게 너무 충격을 주었다.
그녀에게만 집중되었던 내 관심이, 이야기를 따라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 와 '그' 둘다 너무너무 안타깝고 속상하고 불쌍하게 느껴지면서 마음속에 이 내용이 훅 들어왔다.
이 책이 인생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할수 있을 정도랄까..
 
박민규라는 작가를 알게되어서 매우 기뻤고,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볼 생각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작가가 한줄 한줄 등장인물에 대해 묘사해놓은 것이라든지, 등장인물 요한이 가지고 있는 삶의 의미, 고찰에 대한 내용을 굉장히 매료되게 써놓았다.
책을 읽을 때마다 따로 적어놓고 싶은 문장이 많았을 정도로 매료가 되었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작가의 다른 책들이.
이 책이 꽤 오랜시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고 한걸보면, 아마도 나처럼 이 책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것은 아닐까 기쁘기도 하다.
 
-여기서부터는 스포-
책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다음 내용을 다루는 소제목을 보고, 아 해피엔딩이구나. 라는걸 알 수 있었다.
아 그래 그렇게 어쩔수없는 상황이 닥쳐서 말도 안되게 가슴저미는 이별을 했어도, 그래도 다시 만났구나. 
그래서 안도했고 정말 기뻤다. 
엔딩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다 읽고 훈훈해졌는데 그다음에 나오는 요한의 이야기를 읽는데 정말이지 그때의 충격은.. 이루말할수가 없다.
'아, 남자주인공 이름이 요한이었나보다. 내가 며칠간 읽어서 남주 이름을 헷갈린거겠지? 이게 말이되?' 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책의 앞부분을 다시 되돌려 보면서 남주의 이름을 찾으려고도 했으니 정말.. 놀랐던 것이다. 
요한의 이야기에 나오는 딸이 그와 그녀의 딸이겟지. 요한은 죽은게 맞았겠지. 그와 그녀는 다시 만난게 맞았겟지.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될수가 있어. 그럼 너무 불쌍하잖아 그도 불쌍하고 그녀도 불쌍하잖아..
너무 놀라서.. 나는 계속 책을 읽을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도, 그의 이야기도..